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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신게임아카데미의 강사로서 불현듯 드는 괴리감, 자괴감..


오랜만에 포스팅을 다시하는군요.

오늘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재미있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흔한 학원 홍보물이었지요.

커리큘럼에 대한 소개글이었던것 같은데..

두 달정도 배우면 간단한 2D게임 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1년 배우면 DirectX는 물론이거니와 Unity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더군요.

그거 예전에 저희가 가르치던 교육방식이었지요.

언젠가부터 매달마다 치루고있는 필기시험성적이 연거푸 바닥을 치고, 선생님들이 매일 진행하는 교무회의에서 학생들의 기초가 너무 약하다라는 판단하에 C,C++과정을 두 달로 늘리고, 이 후 과정에서 줄일 수 있는 시간을 줄여서 강의를 하고있는게 저희 상황이랍니다.

과연 두달정도 배우면 2D게임 제작이 가능할까요?

또는, 저희 커리큘럼처럼 근 1년정도 배우면 정말 화려하고 멋진 3D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낼수 있을까요?!

답부터 드리자면 "아니오"입니다.

그럼 "쥬신출신들은 어째서 포트폴리오가 잘 나오느냐?!", "커리큘럼은 비슷하지 않느냐?"

언제 한번 시간이 나신다면 저희 쥬신에 오셔서 학원 한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특히, 자습실이요.

치열하게 100여개의 좌석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저희 쥬신인들의 등판을 보실 수 있을겁니다. ..

흔한 저희 학원의 일화를 한 가지 알려 드릴까요?

교무회의 당시 각 담당 기수의 특이사항을 파악하는 상황...

특정 선생님이 한숨을 쉬며 말합니다.

특정선생님 : XX가 오늘도 집에 일찍 갔네요.

버거형 : 수업은 잘 나오긴하냐?

특정선생님 : 수업은 잘 나오는데 수업만 끝나면 칼 같이 집에들어가네요.

타선생님들 : 생각이 없구만...

버거형 : 따로 불러서 상담진행해보고, 자습시간 하루에 최소 8~10시간은 나오게끔 강제로 통제해버려..

뭐가 이상할까요?

아니, 수업은 잘 나오고있는데 왜 담당선생님은 한숨을 쉬고있고,

다른 선생님들은 타박을 하며 , 왜 저는 자습시간을 통제하라고 했을까요?

1년동안에 게임프로그래밍에 관련된 기술들을 다 배울 수 있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니, 심지어 저도 게임프로그래밍의 기술들을 다 알고 있지도 못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최소 회사들어가서 적응하고 일을 배울 수 있는 수준이라도 키울 수 있을까요?! 두말할 나위가 있나요. 공부입니다.

학원은 강의시간을 더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ㅈㅓ희가 무슨 대학인가요..

반년에 한번씩 400~500만원씩 받아가며 가르친다면 저희도 대학처럼 4년가르치고 싶을겁니다.

이미 대한민국 학생들 중 절반은 아직 여물지않은 등어리에 큰 빚이라는 짐을 지게됩니다.

거기에 학원에서 더 배우라며, 정말 제대로 가르쳐주겠다며..저희는 대신 수강기간이 2~3년정도된다며.. 수강료는 천오백만원정도 든다고 이야기 할 수 있나요?

불가합니다. 학생들이 또 빚을 지는것도 힘들 뿐더러 학생들이 힘들어한다면 학원도 그 만큼 수강생들을 유치하지 못 할것입니다. 곧 망할것이 자명할 것입니다.

결국, 저희 쥬신도 타협을 한것이지요. 1년으로..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1년안에 최소 실무에 적응할 수준도 가르치기 힘듭니다.

가르치기도 힘든데 배울수나 있을까요??

그래서 저희는 자습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흔히, 다른 게임학원들에서 내걸고 있는 따사롭고 깨끗하며, 게임기를 갖춰놓은 카페같은 자습실? 저희는 그 딴거 없습니다.

네, 저희 쥬신 자습실은 말이지요.

깨끗하지않습니다. 더럽게 넓기만 합니다.

강의장은 커맨드센터옆에붙은 애드온마냥 초라하고 자습실만 더럽게 큽니다.

명색이 자습실인데 컴퓨터도 놓아야죠..

저희 쥬신이 2011년에 문을 열고 지금 2016년까지도 컴퓨터 할부는 끝이 없습니다.

전체 인력은 10명도 안되는 인원에 부장님이자 상담실장님이고 국비담당자이자 시설관리자인 유유형님은 하루종일 컴퓨터 고장난것이 있을까 탐색중이시고, 이미 사무실은 용산에 컴퓨터 조립하는 사무실 저리가라할 정도로 컴퓨터의 부속품들로 난장판이며..자습실의자는 학생들이 꾸벅꾸벅졸다가 균형을 잃어서인지, 의자가 약한건지 하루에 두세개씩은 꾸준히 고장나고있으고, 운영부이기도하며 상담도하고 회계를 담당하기도하며 자습실 명판을 만들기도할 뿐만 아니라 돈도빌리러다니는 원장님은 의자살돈도 아끼자며 용접봉사다가 때우고있는곳이 쥬신입니다.

자습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은 먼지가 너무 많아서 공부하기 힘들다며 공기청정기하나 사달라고하고, 원장님은 그마저도 할부로 사다가 설치해놨더니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며 본인들이 돌아가며 청소하겠다고 청소도구 사달라고 건의를 하는 그런곳이 쥬신입니다.

이번 여름 유독 더웠지요. 자습실에 천정형에어컨이 다섯개가 달려있습니다.

그걸 다 틀어도 덥더군요. 에어컨 다섯개에 업소용선풍기 세개를 추가로 더 돌리니 한 숨 돌리겠더이다. 빌어먹을 전기세는 더럽게 비싸서, 한달 자습실 전기세만 4~500만원에 육박하니..

원장님은 매일 담배피며, 괜스래 교무실 모니터좀 끄고다니라고 잔소리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가며 자습실을 유지하고 있을까요?

1년가지고는 부족하니까요...

왜 선생들을 돌아가며 밤열두시까지 퇴근을 안시킬까요..

1년가지고는 턱도없이 부족하니까요...자습실에서 공부하다가 물어보라고...

그렇게 해야 간신이 취업할 수준에 다다릅니다.

너무 쉽게 우리 커리큘럼처럼 "1년하면 다 취업해요"라고 이야기하지 마세요.

괜히 자습실에서 카톡하다가 걸려 욕얻어먹고 있는 학생보기가 부끄러워집니다.

괜히 밤10시에 집에가겠다며 나선 제자가 엘.베앞에서 선생만나면 민망해하는 상황이 부끄러워집니다.

괜히 밤 꼬박새고 강의장에서 꾸벅 졸고있는 학생 등짝을 때리고 있는 제 손이 부끄러워집니다.

얼마나 잘 가르치시길래 강의만 1년 딱! 들으면 취업할 수 있다고 자신하시는건가요?

혹시 그런글을 남발하기소 계시는 분들께서는 학생들을 가르쳐보신건가요?

정말 저의 단순 능력부족 때문에 제자들에게 족쇄를 채우고 있는건가요?

제가 못가르쳐서 학생들을 옭아메고 있는건가요?

알고싶습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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